어릴 때 잠깐 집에서 '하늘이'라는 이름의 시츄를 키운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에 우리 집 3남매는 너무나 행복했지만,
목욕법이나 위생관리에 서툴렀던 탓인지 하늘이는 우리 집에 있는 동안 계속 귓병을 앓았다.
그 당시 돈으로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10만 원이 넘는 주사를 맞아야 했고,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던 그 당시 우리 집 형편에는 부담스러웠을 금액이었다.
결국, 하늘이는 우리 집에서 채 석 달을 살지 못하고,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지내던 이모님 댁으로 보내졌다.
햄토리 인형의 기억은 하늘이가 우리 집에 있었을 때로부터 시작된다.
작고 귀여웠던 하늘이는 이 햄토리 인형을 유난히 좋아했고
자기 몸보다 큰 이 인형을 친구삼아 잘 놀았었다.
그때부터 함께 한 햄토리는 내가 서울로 대학을 오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는 동안 거쳐온 수많은 집들에 나와 함께 이사를 다녀왔던 것.
몇 번이나 "이제 그만 정리할까?"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어쩐지 정이 들기도 했고,
남편이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해서 지금껏 나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늦어도 한 달 안에 만나게 될 아기용품을 준비하면서
전업주부이자 엄마로서 집안에서 내가 관리해야 할 소소한 품목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나의 정신과 육체건강을 위해서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때.
신혼 때 인테리어용으로 샀던 알록달록한 포니 쿠션은
5살 조카가 있는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고,
햄토리는 세월의 흔적이 너무 많아서 버리기로 했다.
10년 이상을 나와 함께한 인형을 보내려니,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상에 젖어 드는가 보다.
오늘은 남아있는 쿠션 커버를 모두 벗겨내어 깨끗하게 세탁해야겠다.
2017.06.23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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