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6
다시 현장에 나와보니 삶의 바닥은 지극히 난해한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수많은 욕망과 생각의 차이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 삶의 현장이다. 무수한 측면과 측면들이 저마다 정의라고 주장한다. 점점 판단을 정립하기가 어렵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근원적 문제보다 존중과 타협이 중요하다. 그 어느 것도 절대 선이라고 주장할 수 없고, 절대 악으로 반박될 수도 없는 나름의 사연과 치열함이 현장을 복잡하게 만든다.
p.243
나는 노동을 싫어한다. 불가피해서 한다. 노는 게 신성하다. 노동엔 인간을 파괴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노동에 의해 구성돼 있다. 나도 평생 노동을 했다. 노동을 하면 인간이 깨진다는 거 놀아보면 안다. 나는 일할 때도 있었고 놀 때도 있었지만 놀 때 인간이 온전해지고 깊어지는 걸 느꼈다.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그런데 노는거, 그게 말이 쉽지 해보면 어렵다. 놀면서 돈 쓰고 돌아다니는 거는 노는 게 아니라 노동의 연장이다. 돈에 의지하지 않으면 못 노는 거는 돈 버는 노동세계와 연결돼 있어서 노는 게 아니다. 노는 거는 그 자리에 있는 세상하고 단 둘이 노는 거다.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반응형
'재밌는, 웹툰책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다큐 : 하루 1달러로 생활하기 Living on one dollar (0) | 2017.07.11 |
---|---|
034 밥벌이의 지겨움 (0) | 2017.06.29 |
033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 (0) | 2017.06.21 |
032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0) | 2017.06.20 |
031 효리와 순심이가 시작하는 이야기 [가까이] (0) | 2017.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