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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밥벌이의 지겨움

by 티끌굴려태산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책머리에-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기를 세차례.

그 이후로 김훈 작가는 어려운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작가이기에 이분의 글을 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는데,

우연히 마을문고에 들렀다가 발견한 <밥벌이의 지겨움>


제목도 마음에 들고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글들이 참 많았다.





p.27 

낮고 순한 집이었다.


p.35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셋이 함께 날아가는 세상>같은 경우에는 한국말이지만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글이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아직은 모든 글들을 읽어내기에 나의 내공이 한참 부족함을 깨닫는다.






나의 이해력의 범위 내에서도 공감되는 문장들 또한 가득했다.










p.61

교통사고 현장을 들여다보며 일상 속에 죽음이 뿌리 깊이 박혀있으며, 

죽음과 일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쾅 소리 한 번에 튕겨져 나가면 모든 것이 끝장이고,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p.63

 나는 죽기를 각오하고 사는 사람들이 무섭다. 

죽기를 각오한 자는 마침내 죽을 것이고, 

그가 죽는 과정에서 또한 남을 죽일것이다. 

겁 많은 사람들이 이 하찮을 삶을 그나마 애지중지 하면서 

조심조심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싶다.






p.68

나무나 풀은 본래 주인이 따로 없고, 바라보는 사람이 주인이다. 





p.86

나는 인간이므로 고통받는 인간의 표정을 내 마음에 새겨두고 싶고, 

그 고통의 근원을 사유하고 싶다.

인간은 왜 이지경이며, 인간은 왜 이래야만 하는가 라는 난감한 질문에 대해,

그 고통받는 포로의 표정은 언어화되기 어려운 말로 대답하고 있었다.

'인간은 이럴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래서는 안된다'고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이라크의 한 소년의 얼굴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광부, 노인, 아이, 시인, 젊은이, 연어, 새 등 

이 한권의 책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삶의 모습들을 체험할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인간과 삶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이 느껴졌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들은 

나의 좁은 식견을 조금이나마 넓혀주었다.





 

2017.06.14 ~06.23

밥벌이의 지겨움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생각의나무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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